가명정보의 개념에 관하여 보다 명확하게 파악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식별'과 '개별'의 개념을 이해하고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1. ‘식별개별

 

개정 데이터 3법이 2020. 1. 9. 통과되자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성명을 내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단체들은 개정 데이터 3법이 기업이 이윤추구를 위해 적절한 통제장치 없이 개인의 가장 은밀한 신용정보, 질병정보 등에 전례 없이 광범위하게 접근하고 관리하도록 길을 터주었으며, 헌법 제10조에서 도출되고 제17조로 보장받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사실상 부정되었다고 한다. 이제 정보주체인 국민들은 개인정보 권리 침해, 데이터 관련 범죄 증가, 국가와 기업의 국민 감시 및 차별 심화 등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개인정보보호법 상 보호되는 개인정보의 개념에 대하여 수범자인 국민이 식별화(identification)된 개인정보와 개별화(individualization)된 개인정보에 대한 개념을 혼동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식별화란 해당 개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혹은 그 사람의 이름과 그 사람의 핸드폰번호만 알아도 이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식별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혹은 이름과 핸드폰번호가 개인정보보호법 제2조에서 말하는 쉽게 결합이 되는 순간 그 사람이 누구인지 특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쉽게 결합이라는 요건은 한 개인이 누구인지 알게 되는 것인 식별화의 핵심이다.

 

쉽게 결합은 유럽 GDPR에서 말하는 연결가능성’(linkability)과도 유사한 개념이라 볼 수 있다. , 누군가의 이름인 홍길동이 있고, 이 홍길동의 핸드폰 번호 010-123-4567 과 홍길동이 연결되고 쉽게 결합이 되어야 이 사람이 홍길동임을 식별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법원 또한 쉽게 결합하여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은 쉽게 다른 정보를 구한다는 의미이기 보다는 구하기 쉬운지 어려운지와는 상관없이 해당 정보와 다른 정보가 특별한 어려움 없이 쉽게 결합하여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하다고 판시한 바있다.

 

그러나 개별화는 다르다. 개별화는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의 이름 중에서 한명을 추려내어 개별적으로 보는 것을 의미한다. 개별화시킨 홍길동이라는 사람이 010-123-4567의 번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는 알 수 없다. 010-123-4567과의 연결성, 쉽게 결합이라는 요건이 없기 때문이다. 개별화된 정보는 쉽게 결합이라는 조건 없이 한명을 골라내는 것일 뿐 그 홍길동이 그 홍길동인지 식별하는 것이 어렵다. 따라서 아무리 의료기관이나 은행이 해당 개인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으나 이것이 추가적인 정보와 연결되고 쉽게 결합되어 누구인지 식별할 수 없다면 이는 단순히 개별화된 정보이며, 추가적인 정보 없이는 그 사람을 식별할 수 없기 때문에 해당 정보주체의 인권을 침해할 여지는 적다.

 

개정 데이터 3법에 새로 소개된 가명정보는 개인정보의 일부를 삭제하거나 일부 또는 전부를 대체하는 등의 방법으로 추가 정보가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처리하는 것을 말하는 바, 이는 누군가를 알아볼 수 있는 식별화된 정보가 아니라 추가정보가 없어 쉽게 결합될 수 없는 개별화정보에 가깝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러나 만일 가명정보끼리의 결합으로 인하여 '개별화'된 정보다 다시 누구인지 '식별'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상존한다. 이에 대하여 개정 데이터 3법은 벌칙규정 및 과태료 규정 등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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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식별과 개별에 관하여 구분하는 것이, 가명정보를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될거라 생각했는데, 이 부분에 관하여 논문을 써서 응모했을 때, 심사위원인 교수님께서는 이 부분은 오히려 가명정보에 대한 개념 설명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셨다.

 

심사평에 의하면 "

- Individualization의 개념이 어디에서 유래하는지 그 출전을 밝힐 필요가 있음. Individualization의 개념을 도입함이 없이는 설명이 불가능한지 검토 바람.

- 식별개별을 개념상으로 대립시킬 수 있는지 검토 바람. 식별은 동명사이고 개별은 형용사로 쓰임. 즉 예컨대 식별 가능이라는 표현은 가능하나 개별 가능이라는 말은 어법에 맞지 않음.

- Identification을 식별이라고 번역하여서는 곤란하고 identify 하는 것을 말하므로 식별화라고 번역하여 일관되게 사용하여야 할 것임.

- Individualization개별화라고 번역하여야 하고 이를 개별이라고 번역하여서는 개념의 정확성을 기하기 어려울 것임.

- 심사자의 개인 의견으로는 Individualization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유익한 해결에 도움이 되기 보다는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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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논문투고는 떨어졌다.

 

가명정보에 관하여 여전히 국민의 법감정상의 용어와 개정 데이터 3법의 용어 상의 갭은 있는 것 같다. 

내 글이 부족해서였겠지만..

 

위와 같은 교수님의 지적은 상당히 유의미할 것으로 보이고,

만일 식별화와 개별화를 동위선상에서 구분하여 가명정보를 설명하고자 한다면, 보다 심도있는 논의는 필요할 것 같긴 하다.  

 

Posted by 토르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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